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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LL 모델에 근거한 의료사고 인적요인 분석의 탐색적 연구
An Exploratory Study on Human Factor Analysis of Medical Accidents Using the SHELL (Software, Hardware, Environment, Liveware) Model
극동대학교 간호학과
Department of Nursing, Far East University, Eumseong, Korea
Correspondence to: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Korean J Aerosp Environ Med 2023; 33(3): 94-99
Published September 30, 2023 https://doi.org/10.46246/KJAsEM.230019
Copyright © Aerospace Medical Association of Korea.
Abstract
Keywords
I. 서 론
현대는 의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 급격한 인구학적 노령화와 생활 수준의 향상, 감염병의 팬데믹 등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이용은 폭발적으로 증대하였으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기관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보건 의료관련 기관과 의료진은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나, 의료시장에서 의료사고라는 불가피한 영역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1].
다양한 전문직종이 근무하는 의료분야처럼 항공 분야의 사고의 유형으로는 인적 사고가 많으며 특히 항공사고의 80% 이상이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되었고 그중 대부분이 조종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하였으며[2], 의료서비스의 주 제공자는 사람으로 의료사고 또한 인적요인이 핵심적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3].
항공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모델의 하나인 SHELL (Software, Hardware, Environment, Liveware) 모델은 다른 모델보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판단하는데 매우 용이하며, 위험사례에 대한 분석의 틀로 활용하여 주요 요인을 찾아내 사고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4].
SHELL 모델에서 사고의 발생까지 각 요소들은 상호 유기적으로 성립되어 연속적으로 발생하거나 현재의 시스템에 잠재적인 위험이 있을 때 초래된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liveware)이나, 주위의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환경(environment)과의 관계를 통하여 사고의 이차적인 원인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된다. 따라서 인간(liveware)을 중심으로 주위의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환경(environment)과의 관계를 통해 위험 요인을 발견하고 제거한다면, 항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5].
항공산업과 의료분야는 많은 유사성이 나타난다. 모두 고도로 지식 집약적, 노동 집약적 조직이며, 특히 항공과 병원 모두 구성원들이 자격과 면허를 취득한 사람들로 강한 직업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병원은 80%의 구성원이 자격과 면허를 가지고 있다. 또한 두 분야 모두 급격한 자동화,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의료는 2000년대 이후로 처방전달시스템(order communication system),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과 영상정보 전송 시스템(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 등이 등장하여 정보기술을 통한 병원 정보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며, 항공기 기술도 발전을 거듭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항법을 시행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등의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져왔다[6].
SHELL 모델은 한 요소의 중요성보다 운영자를 중심으로 상호작용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인적요인 관리 모델이다. 최근에는 원자력,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사고와 재해로부터 위험요인을 진단하는데 사용되고 있다[7].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항공 분야에서 활용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항공안전과 인적요인의 대표적인 이론인 SHELL 모델을 적용하여 의료사고 실례의 인적요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적요인의 예방적 대안과 실천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고찰
1. SHELL 모델
인적요인 분석에 활용되는 SHELL 모델은 Hawkins (1975) [8]가 Edward의 SHEL 모델을 수정하여 고안하였다. SHELL 모델의 각 구성 요소는 소프트웨어(software), 하드웨어(hardware), 환경(environment), 인간(liveware)이고 각각은 인적요인의 구성 요소들을 나타내고 있다.
SHELL 모델의 중심 요소는 인간(liveware)이다. 인간(liveware)은 주변 요소 간에 상호작용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그 분야에서 주도적 업무를 수행하는 종사자를 의미하며, 항공에서는 승무원, 정비사 등이 해당한다. 소프트웨어(software)는 규정, 지침, 매뉴얼 등을 의미하며,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비행 절차, 항공법규 등이 해당된다. 하드웨어(hardware)는 각종 시설, 장비 등의 물적 요인을 의미하며, 환경(environment)는 시설의 전반적인 상태와 안전 문화 등의 환경적 요인을 말한다. 또 다른 인간(liveware)은 주요 종사자와 함께 작업을 수행하는 동료 등 업무에 관련되는 사람들과 발생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SHELL 모델에서 이러한 각각의 요소들은 업무수행과정에서 제 기능과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항상 최적의 상태와 성능을 유지해야 하며, 서로 다른 시스템 구성 요소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9].
항공분야에서 SHELL 모델을 적용한 국내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육군 항공 사고사례를 SHELL 모델을 사용하여 분석하여 통계적으로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비행능력과 절차이행능력이 사고위험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규명하였다[10]. SHELL 모델에 근거한 학생 조종사의 인적요인에 관한 연구에서는 훈련비행시 안전에 미치는 요인을 SHELL 모델로 분류하여 분석하였고 사고위험과는 개인적인 요소(liveware)와 조종사와 장비와의 관계(liveware-hardware, L-H)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2]. 항공정비사의 인적요인이 원인이 된 항공기 사고사례들에 SHELL 모델을 적용하여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이를 토대로 항공정비사의 인적요인을 도출하였으며[5], SHELL 모델과 Human Factors Analysis and Classification System을 활용한 영국 민간 무인항공기 사고 요인의 분석도 있다[11].
의료분야에서의 SHELL 모델의 활용은 병원 입력오류의 원인 분석에 적용하였으며[6], 노인요양시설의 안전의식에 관한 연구의 연구와[12], SHELL 모델을 이용하여 의료 판례를 통한 의료사고 근본원인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3].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 모든 부문에서 병원의 직원은 병원의 하드웨어(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환경(environment), 인간(liveware) 등의 각 요소에서 최적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원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잠재 요인을 없애기 위하여 병원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요소들을 찾아 직원들과 다른 요소와의 최적화를 이룰 때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 인적요인과 인적오류
인적요인(human factors)이란 인간의 생각이나 동작에 기인하여 여러 가지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행위자에게 작용하는 주변 요소들을 총칭한다[2]. 인간이 업무 및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각종 절차,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13].
국제인간공학회(International Ergonomics Association)는 인적요인에 관하여 인간과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과학이고, 이를 통해 제품이나 작업 환경을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감성적,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하고 최적화하여 편리함, 효율성, 안전성 및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11].
인적요인은 인간의 업무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인간공학적으로 인간과 관련된 주변 요인들과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관계를 해석하여 인적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오류는 인간과 주변 요소들의 부적절한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올바른 시스템의 운용을 저해하는 인간의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14].
이러한 인적요인은 인간의 고유하고 보편적인 영역이므로 실수할 수 있고 불안전하여 항상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상황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인지 활동을 한다. 조종사들이나 운영자들의 활동은 인지 활동이고, 이러한 인간의 주의력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떤 일에 몰입할 때 외부요인이 있으면 주의력이 상실되게 되고, 인지적 직무 수행 능력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을 때 오류를 발생시킨다[14].
인적오류(human errors)는 사람의 인지적 행동이 신중하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상황 인식으로 인하여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하지 못한 상황이나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적오류는 업무나 생활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실수를 의미하며, 사람과 연관된 주변의 다양한 요인들과 관계성을 지닌다. 또한 인적오류가 다양한 인적, 기계적,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에러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하였다[15].
인적오류를 일으킨 개인의 행동 배경에는 불안전한 행동의 전제조건을 비롯하여 부적절한 기계설비와 환경 조직, 관리의 미흡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있고 에러의 방지를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인적요인으로 인식하고 인간 주변에서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16].
III. 연구대상 및 방법
본 연구의 대상은 의료사고 법원 판례 2건과 의료기관 대형 화재 1건으로 총 3건의 의료사고 실례이며, 이를 SHELL 모델을 활용하여 인적요인을 분석한 사례연구이다. 자료는 객관성을 위하여 법원의 판례와 선행논문에서 분석된 사고원인으로 인적요인을 분류하였다[17].
본 연구에서 SHELL 모델에 근거한 의료기관 관련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Table 1). 소프트웨어(software)는 의료법과 의료기관의 규정 및 절차 그리고 다양한 병원정보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하드웨어(hardware)에는 의료기관 건물 및 설비와 환자의 진단과 진료에 이용하는 의료 장비와 기기 등이 해당된다. 환경(environment)에는 근무 공간 및 휴식 공간, 근무 교대, 근무 시간, 조직 문화, 업무량 및 직원과 경영진의 안전 의식 풍토 등이 포함된다. 사람(liveware)은 의료진으로 의료기관의 직원이며, 타인(liveware)에는 의료진과 상호작용하는 타 직원과 환자 및 보호자, 간병인 등이 해당된다.
인적요인 분석을 위해 적용할 SHELL 모델의 구성 요소 간의 인터페이스는 의료진-소프트웨어(liveware-software, L-S), 의료진-하드웨어(L-H), 의료진-환경(liveware-environment, L-E), 의료진(liveware), 의료진-타인(liveware-liveware, L-L) 등으로 설정하였다.
의료진-소프트웨어(L-S)는 의료진과 지원시스템 간의 관계이다. 의료진-하드웨어(L-H)는 의료진과 기관 시설 및 장비 등의 물리적 속성 간의 관계를 나타낸다. 의료진-환경(L-E)에서 의료기관의 외부 환경은 노령인구 증가, 의료관련 제반법규 등이며, 내부 환경은 병원관리자의 의지, 능력, 리더십, 구성원들의 가치관, 조직 문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6]. 의료진(liveware)은 SHELL 모델의 핵심인 인간이고 다른 구성 요소보다 변화에 가장 민감하여 예측이 어렵다. 의료진의 업무 수행 능력, 경험 및 기술, 지식, 인식, 책임감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의료진-타인(L-L)은 근무 환경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 및 상호작용이다. 의료기관은 의료직, 간호직, 기술직, 행정직 등 다양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으로 세분화된 직업적 역할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이들이 다양한 형태로 환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진료 과정에 참여하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특징을 인터페이스로 요인 분석에 적용하였다[18].
IV. 결 과
1. 의료사고 사례 1의 인적요인 분석
의료사고 사례 1의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2018년 6월 A (여, 76세)는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등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입소하였으며, 당시 A는 입소 이후부터 시설의 출입문 및 창문을 열려고 시도하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여 오다가 4층 병실에서 창문을 밀면 최대 22 cm 가량 열려 사람이 통과할 수 있음을 알게 되어 탈출을 시도하였고, 창문에는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A는 건물 밖으로 떨어져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례를 SHELL 모델의 인터페이스를 적용하여 분석해보면, 의료진-소프트웨어(L-S) 측면에서는 의료직인 시설종사자는 입소자 거주 공간의 문단속, 화기 단속, 방화 조치, 기타 안전 및 보호를 시행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었으나, 환자가 탈출을 시도하는 것을 보고 받아 알고도 보호 및 순회 업무에서 발견하지 못하여 입소자의 관리가 소홀하였으며, 이에 대한 기관 내의 감독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였다. 의료진-하드웨어(L-H)에서는 4층 창문이 열리도록 방치하고, 창문에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아 추락사고에 노출되도록 한 부적절한 시설 관리가 요인이었다. 의료진-환경(L-E)에서는 외부에 추락 대비시설을 갖추지 않아 입소자의 추락에 대비하지 못한 물리적 환경과 경영진의 안전의식 부재가 드러났다. 의료진(liveware)은 입소자의 탈출 시도에 대해 보고를 받았음에도 A의 적절한 보호와 탈출 행동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다. 의료진-타인(L-L)측면은 입소자의 탈출 행동이며, 이는 환자의 질병으로 인한 인지 상태 저하로 위험한 행동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A의 이런 행동은 치매 등의 노인 질환에서 예측 가능한 행위로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Table 2).
사례 1은 입소자의 인지 상태 문제로 인한 탈출 시도를 의료진(liveware)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으며, 기관의 추락사고를 대비할 시설도 갖추지 못한 경영진의 안전의식 부재(L-H, L-L) 등이 주요 인적요인으로 분석된다.
2. 의료사고 사례 2의 인적요인 분석
의료사고 사례 2에서 2017년 7월 B (여, 87세)는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로 C요양병원에 입원하였으며, 의료진은 B환자의 입원 시에 피부병인 옴 치료제를 보호자로부터 전달받았다. 옴 치료제는 신경독을 포함하고 있어 사람이 먹을 경우 신경계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약품이었으나, 이러한 약품들이 간호사실 내 의약품 보관실에 보관해야 함에도 B의 병실에 방치하여 B가 이를 마시고 약물중독으로 사망하게 된 사건이다.
이 사례를 SHELL 모델의 인터페이스를 적용하여 분석해보면, 의료진-소프트웨어(L-S) 측면에서는 C요양병원은 약품보관지침을 통해 약물 라벨링과 고위험약물을 표시하여 보관하며, 외부 지참약에 대한 허가 여부에 대한 관리지침이 있었으나, 의료진은 이를 위반하였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감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료진-하드웨어(L-H) 측면에서는 병실 내 환자 침상과 테이블의 좁은 간격으로 인하여, 침상에 있는 환자의 손에 테이블 위의 위험약물이 쉽게 손에 닿을 수 있는 배치구조가 있다. 의료진-환경(L-E)에서는 위험 약물이 환자의 병실에 방치되도록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의료진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의료진(liveware)은 병원의 약물보관 지침을 지키지 않았으며, 환자가 음료수로 착각하여 마실 수 있게 하는 등의 주의 의무도 다하지 못하였다. 의료진과 타인(L-L) 측면에서는 환자의 인지 상태 문제로 음료수와 약물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였다(Table 3).
인적요인의 분석 결과는 B 환자가 인지상태 저하로 인하여 음료수와 약물의 구분이 어려웠으며 이에 신경독성 약물을 마시고 사망한 사례였으며, 의료진(liveware)은 기관의 약물보관지침을 따르지 않았으며(L-S), 의료진(liveware, L-E)이 환자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주요 인적요인이 분석되었다.
3. 사례 3의 SJ병원 화재 인적요인 분석
사례 3의 화재 사건은 2018년 1월에 SJ병원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의 전기배선에서 절연파괴로 화재가 발생되어 소방대의 적극적인 구조작업에도 47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상해에 이른 대형 화재 사건이었다[17,18].
화재사건의 요인을 살펴보면, 먼저 의료진-소프트웨어(L-S)측면에서는 화재의 조기 진압을 어렵게 한 119 신고 지연이 있다. 초기 화재를 소화기로 진압하려다 실패한 후의 119 신고로 인한 시간의 지연으로 화재진압대가 도착 전에 이미 SJ병원과 옆의 SJ요양병원까지 화재와 연기가 확산된 상태였다. 병원 종사자인 의료진의 평소 소방 지침의 숙지나 소방 훈련 부족 등이 나타난 것이다. 의료진-하드웨어(L-H) 측면에서는 병원 내 소방 시설과 설비의 필요성과 건축물에서의 피난 계단 등의 재난 필수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안일한 경영진에 의해 발생한 부적절한 병원 시설의 문제이다. 건물 아래위의 배관 등을 연결하는 수직관통부가 내화충전재로 되어있지 않아 이곳을 통해 화재가 확산되었다. 2층 병실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피난 가능한 옥외계단을 막아버려 환자의 대피와 소방대 진입이 어렵게 되었다. 또한 SJ병원과 SJ요양병원을 연결하는 연결통로에 연기배출이 되지 않는 불법 비가림막을 설치하여 고온의 열기와 다량의 유독성 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다시 확산되어 탈출이 어렵게 되었다. 비상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환자가 사망하였으며, 승강기를 작동시키지 못할 정도의 발전기의 용량이 부족하였다. 건축물의 천장재가 스티로폼 단열재여서 급격히 화재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스티로폼 제재는 급속히 타고 연기를 발생하는 가연제재이다. 이는 화재 시에 전혀 대응이 불가능한 상태로 의료시설이 운영되었음으로 분석된다.
의료진-환경(L-E)측면에서는 필수 소방 시설이 미비된 환경이었는데, 병원 1층의 중앙계단 입구의 방화문을 철거한 것이다. 건축법상 필수 설치임에도 방화문 철거로 인하여 열기와 연기 확산이 급격히 이루어졌다. 또한 옥내 소화전 미비로 인하여 소화기만으로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도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의료진(L)을 살펴보면, 입원환자 대비 적은 수의 근무자가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적정 의료진이 아닌 대체 인력이었다. 일부 근무자들이 화재 시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승강기를 이용한 피난으로 사상자를 키웠으며, SJ병원과 그 옆의 SJ요양병원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연결통로의 방화문을 닫았으면 요양병원 쪽의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는데 방화문의 개방으로 역시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는 소방 지식과 교육 부재로 발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불법 비가림막의 철거 명령을 불이행하고, 방화문과 방화벽, 피난 계단 불법 철거된 상태로 법적 건축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경영진의 안전의식 부재를 알 수 있다. 의료진과 타인(L-L)측면에서는 SJ병원 환자들의 상태는 대부분 자력으로 이동이 어려운 노인 환자로 피난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여기에 많은 환자에게 적용된 신체보호대 결박이 쉽게 풀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사상자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이는 화재와 같은 재난 시에 어떻게 환자를 이동하여 구조하는 지에 대한 지식과 훈련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Table 4).
SJ병원 화재는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안일한 의식(L-E)과 불법적 시설과 환경의 조성(L-H), 의료진의 대처 및 훈련 부족(L, L-S), 대부분 노인이었던 환자 상태(L-L) 등의 인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건으로 볼 수 있다.
V.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항공분야의 인적요인 분석에 활용되는 SHELL 모델을 근거로 의료사고의 실례에서 나타난 인적요인을 분석하여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예방적 대안과 실천에 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 대상은 의료사고 판례 2건과 의료기관 대형 화재 1건으로 총 3건이며, 선행논문에서 분석된 사고원인으로 인적요인을 분류한 문헌을 통한 사례연구이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의료사고 사례 1의 주요 인적요인은 의료진(liveware)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입소자가 탈출 후 낙상하게 하였으며, 기관은 추락 사고를 대비할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영진의 안전의식 부재(L-H, L-L)로 인한 부적절한 시설 등으로 분석된다.
사례 2는 의료진(L)의 병실 내 약물 방치로 환자가 신경독성 약물을 마시고 사망한 사례였으며, 의료진은 기관의 약물보관지침을 따르지 않았으며(L-S), 의료진(L-E)이 환자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례 1과 2는 의료진(liveware)이 기관의 지침을 준수하여 대상자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의료진의 인적요인과 사고에 대비한 시설과 환경을 갖추지 못한 기관경영진의 책임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사례 3의 SJ병원 화재는 총체적 인적요인이 나타난 사건으로 무엇보다 경영진의 안전에 대한 안일한 의식(L-E)으로 비롯된 불법적 시설과 환경의 설치(L-H), 의료진의 대처 및 훈련 부족(liveware, L-S)에 대부분 노인이었던 환자 상태(L-L) 등으로 심각한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며, 화재 사고에 대한 의료진(L)의 지식, 대처와 훈련이 심각한 부족 등의 인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질병의 치유와 건강증진을 목표로 하는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사고는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의료서비스 제공의 핵심인 의료진(liveware)의 문제가 가장 중심에 있다. 직접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진뿐만 아니라 기관의 정책을 결정하고 운영하는 간접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경영진의 의식과 태도가 중요한 인적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항공분야는 대량 운송기관인 항공기가 사고 시에 심각한 인적, 재산적 피해를 가져오기에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과 실천에 힘써왔다[4]. SHELL 모델을 활용하여 분석한 항공기 사고들이 한 가지의 원인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유사하게 의료사고 요인 분석에서도 의료진인 인간이 다른 요인과의 잘못된 상호작용이 결합되었을 때 균형이 깨지고 문제가 발생한다[19].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liveware)이나 기관의 시설과 장비(hardware), 소프트웨어(software), 환경(environment)과의 관계를 통해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면 의료사고의 예방에 한층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SHELL 모델의 중심에 있는 의료진의 올바른 판단이 가장 중요하며, 의료진을 중심으로 관련법, 규정, 시스템을 보완하며, 의료진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시설, 장비 등이 보완되어야 앞으로의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본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본 연구는 의료사고 3건만을 분석한 사례연구로서 한계성을 갖는다. 앞으로 SHELL 모델을 의료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료사고 전반적인 사례에 대한 인적요인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의료사고의 인적요인 분석의 목적은 의료사고의 예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므로 각 의료기관에서의 제반 사고에 대한 공유를 통해 안전 의식을 확산하고 관리지침을 준수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Tables
의료기관에 적용한 SHELL 모델
SHELL | 항공 | 의료기관 |
---|---|---|
S | 절차 및 지원 | 의료법, 규정 및 절차, 정보시스템(EMR 등) |
H | 기계 및 장비 | 기관 건물 및 설비 등, 의료 장비 및 기기 등 |
E | 환경 | 근무 공간, 근무 교대, 근무 시간, 조직 문화, 업무량, 안전 풍토 등 |
L | 항공승무원 | 의료진 |
L | 타인 | 타인(의료진 외 타 직원, 환자, 간병인 등) |
S: software,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H: hardware, E: environment, L: liveware.
의료사고 사례 1의 인적요인 분석
인터페이스 | 인적요인 분석 |
---|---|
L-S | 보호 및 순회 업무 등 대상자 관리 소홀과 감독 부재 |
L-H | 4층 창문의 개방과 창문 안전망 부재 등의 부적절한 시설 |
L-E | 추락 대비시설을 미설치한 경영진 안전의식 부재 |
L | 의료진의 부주의로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 |
L-L | 입소자의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탈출 행동 |
L: liveware, S: software, H: hardware.
의료사고 사례 2의 인적요인 분석
인터페이스 | 인적요인 분석 |
---|---|
L-S | 약물보관 라벨링 지침 위반과 고위험약품 표시 위반 등과 이에 대한 감독 소홀 |
L-H | 병실 침대와 테이블의 좁은 배치 |
L-E | 병실에 위험 약물을 방치하는 환경 조성 |
L | 주의 의무 위반 |
L-L | 환자의 인지능력 저하로 약물을 음료수 오인 |
L: liveware, S: software, H: hardware, E: environment.
의료사고 사례 3의 인적요인 분석
인터페이스 | 인적요인 분석 |
---|---|
L-S | 의료진의 소방 지식과 훈련 부족으로 119 신고 지연 |
L-H | 부적절한 병원시설: 수직관통부 방화구획 부실 2층 피난 가능 옥외계단 폐쇄 연결통로에 비가림막 설치 비상발전기 미작동 및 용량 부족 천장의 스티로품 단열재 부착 소방시설 미비: 중앙계단 방화문과 방화벽 철거 옥내 소화전 미설비 |
L-E | 경영진 안전의식 부재: 불법건축물 철거 명령 불이행 중앙계단 방화문과 방화벽 철거 피난 계단 불법 철거 |
L | 의료진 부족 의료진의 대처 문제 |
L-L | 대부분 노인 환자 환자의 신체보호대 결박 |
L: liveware, S: software, H: hardware, E: environment.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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